가을 단풍이 부른다~~
가을, 산이 아름답다. 골짜기마다 '붉은 치마'로 단장 중이다.
붉은 향연에 끌어 안고 싶을 만큼 고운 단풍 명소들이 가족 나들이객에게 손짓을 시작했다.
눈이 현란한 설악 흘림골
깊은 계곡이 실핏줄처럼 이어진 설악산 산행은 기대와 탄성이 반복되는 곳이다. 덜 알려진 단풍산행을 원하면 한계령 흘림골 코스가 좋다.
흘림골은 한계령휴게소와 오색약수터 사이에 자리잡은 3㎞가량의 골짜기로 최근 20년 만에 다시 일반에 개방된 곳이다. 흘림골에서 시작해 주전골, 오색약수터에 이르는 6.5㎞ 구간이 아름답다.
흘림골 초입에는 여성의 성기를 닮은 여심폭포가 나타나는데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던 명소이기도 하다. 여심폭포에서 가파른 깔딱고개를 넘으면 흘림골 산행의 절정인 등선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남설악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뾰족 바위로 뒤덮인 만물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선대에 올라섰다가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주전골로 내려서면 등선폭포, 십이폭포,용소폭포가 나타나며 단풍길은 오색약수로 이어진다.
희방계곡, 부석사 드라이브
소백산은 설악산 다음으로 단풍이 빨리 찾아오는 산이다. 소백산을 오르는 길은 단양 다리안계곡과 어의계곡 코스와 영주 희방사 코스 등이 있는데 단풍 산행에 애용되는 코스는 희방사 들머리에서 시작해 천문대와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단풍 구경은 5번 국도를 따라 단양에서 영주로 이어지는 길부터 시작된다. 단풍, 호수가 이어지는 호젓한 드라이브를 끝낼 지점에 희방사, 희방계곡의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낸다.
희방폭포는 소백산 최고 봉우리인 비로봉(1439m)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데, 이곳으로 오르는 길이 온통 붉고 노란빛의 향연이다. 폭포를 위로 하고 한 굽이 오르면 보이는 희방사는 한때 훈민정음의 원판과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던 곳으로 절 입구는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단풍산행은 비로봉 정상까지 이어지며 참맛을 낸다.
내친김에 영주 부석사까지 향하면 은행나무숲의 향연에 취할 수 있다. 부석사로 향하는 931번 지방도는 은행나무숲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부석사 초입 800m 길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산책길로도 알려져 있다.
장성 백양사의 아기 단풍
노령산맥 끝자락에서 오색창연한 단풍을 뽐내는 곳이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다. 내장산 단풍이 화려하다면 백양사 아기단풍은 선명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백양관광호텔에서 매표소까지 1.5㎞ 붉은빛 산책로가 이어지며 눈이 아릿한 시뻘건 터널은 백양사 쌍계루에서 '악' 소리를 내게 한다. 연못과 붉은잉어, 연못에 비친 붉은 단풍, 그리고 백암산의 회백색 바위들이 물 속에 담겼다. 쌍계루에서 눈을 돌리면 단풍을 시샘하듯 5000여 그루의 비자나무 군락이 늘어섰다. 단풍 등산로는 2곳. 백양사-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 코스와 가인마을-청류암-사자봉-상왕봉 코스. 학바위까지 오르면 '단풍 보자기'에 담긴 백양사를 조망할 수 있다.
번잡한 단풍구경이 싫다면 입암산성으로 향한다. 남천계곡에서 시작되는 단풍감상은 한적한 게 매력이다. 백양사 코스가 인파로 붐비는 데 반해 입암산성 코스는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계곡이 크고 물이 많아 가슴도 후련하다. 장성호 북쪽의 1번 국도는 호수, 단풍, 안개가 어우러져 가을이면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변신한다.
장성 진입은 승용차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백양사 IC,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고창 IC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호젓한 단풍계곡 가평 조무락골
석룡산이 품은 제일 절경인 조무락골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호젓하고 낭만적인 단풍계곡이다. '새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닐 정도로 속세와 단절된 계곡은 천혜의 원시림을 자랑한다. 이곳은 경기도가 지정한 청정지구이기도 하다.
조무락골 초입에서 복호동 폭포까지는 완만한 트래킹 코스다. 40여분 걸으면 높이 20m가량의 복호동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폭포가 웅장하지는 않지만 숲이 빼곡하게 폭포를 감싸고 있어 붉은 동굴 안에 들어선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가장 단풍색이 고운 곳은 쌍룡폭포 인근이다. 복호동 폭포에서 10분 정도 상류로 오르면 만나게 되는 쌍룡폭포는 기암절벽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 주변에 단풍나무가 많아 그 붉은 빛이 더욱 도드라진다.
명지산 등산로 익근리 계곡에 위치한 명지폭포 역시 이 일대 최고의 단풍명소로 꼽힌다. 15m 높이의 단풍과 깊고 푸른 못이 어우러져 으뜸 절경을 보여준다. 춘천으로 향하는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가평에서 75번 국도로 갈아탄다. 적목리를 지나 38교를 지나면 조무락골 입구다.
억새가 어우러진 무주 적상산
단풍과 낙엽의 세리머니를 감상하려면 전북 무주군 적상산을 택한다. 설악에서 시작한 단풍 물결은 이곳 적상산에서 숨을 고른다. 사면을 둘러싼 층암절벽은 빨갛게 물들어 '붉은 치마'의 형상으로 변한다. 이름도 그래서 적상산(赤裳山)이다.
적상산의 유일한 사찰인 안국사는 늦가을 정취를 '종합선물'로 채운다. 사찰 내 마당에는 붉은 아기 단풍이 곱고 낙엽 오솔길 끝 자락에는 억새꽃이 흐드러진다.
적상산 중턱의 천일폭포는 하늘 아래 하나밖에 없는 폭포라는 명성답게 폭포를 둘러싼 절벽과 단풍 그늘이 멋스럽다. 안국사 초입의 산정호수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발아래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무주IC에서 무주구천동 방향으로 향하다 치목터널을 지나 727번 지방도로에서 좌회전하면 산 초입에 닿는다.
천년의 손길 깃든 함양 상림
천년의 혼이 서린 고즈넉한 숲길도 걸어 볼만하다. 함양 상림은 사람의 손길이 깃든 숲 중 가장 예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상림은 자연림이 아닌 1000년 전,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인공림이다. 숲은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상림 산책은 새벽녘이 운치 있다. 사운정에서 함화루를 돌아 물레방아까지 닿는 길이 최고의 산책코스다. 숲 속과 밖 어디든 호젓한 산책로와 벤치가 조성돼 있어 고독을 음미하기에 좋다.
함양 상림은 대진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 88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함양 IC, 1084번 지방도를 경유한다.
글·사진 서영진 여행 칼럼니스트